한 교수의 글이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블로그들의 집합체 또는 블로그들의 커뮤니티를 의미하는 용어)에 큰 파장을 주고 있다. 문제의 단초는 경희대학교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에 있는 이택광 씨가 개인 블로그에 걸그룹 '소녀시대'가 정규 2집 발매와 맞추어 발표한 뮤직 비디오 「Oh!」에 대한 비평을 남긴 것이었다. (http://wallflower.egloos.com/2767972) 어려운 인문학적 개념을 사용해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소녀시대의 새 뮤직 비디오는 남자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일종의 판타지이다' 라는 내용의 글이다.
그리고 이 비평문은 글이 처음 올라온 이택광 교수의 블로그가 속해있는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와 DC인사이드에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글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 는 이유가 비난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작 글에 사용된 개념에 문제가 있다거나 등 글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즉, 대중적이지 않은 글을 썼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일부는 이 교수가 예전부터 특이한 성향의 분석 · 비평글로 주목을 받아왔으니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한다. 또 누군가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라면 마땅히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가능하면 글은 전문층만 보는 매체에 실리지 않는 이상 최대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작성되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만큼 자신이 글을 통해서 표현한 의도를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없이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 다시 말해서 어려운 글이 무조건적으로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 결코 그 비판은 합당하지 못하다. 대중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전개하는 글이라 하더라도 전문적인 영역으로 가는 순간 (그것이 인문학이든, 영화이든, 정치학이든) 그냥 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글이 탄생한다. 그 영역에서 쓰이는 개념적, 관념적 용어가 적어도 한 개 이상은 출몰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모두가 이해하기 위해 글에서 일일이 풀어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설령 풀어쓴다 할지라도, 정작 풀어쓰기 위해 사용한 글이 독자에게 큰 어려움을 주거나 더 큰 오해를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간혹 리처드 파인만같은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내지만, 그건 정말 '간혹' 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개념어를 부연 설명없이 그대로 집어넣는다.
별다른 내용이 없는 글을 단순히 '있어 보이려고' 각종 현학적 수사로 포장하는 것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교수가 쓴 글은 비록 독해가 어려울지라도, 전하고자 하는 의도나 글 전체적인 완성도는 탄탄한 편이다. 글 중간에 쓰인 '리비도', '정언명령', '초자아' 등의 철학 · 인문학적 개념은 일반인은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인문학에서는 평범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블로그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한 글인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단지 내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글 자체를 공격하고, 필자에게 무조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도록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에 불과하다. 쉬운 글도 필요하지만, 어려운 글 또한 존재 가치가 있다. 전자는 대중들이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점에서 중요하고, 후자는 전문적인 방향에서 심도있는 분석을 해 다양한 시점을 낳는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두 가지 방향의 글 모두 상호 보완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단순히 한 쪽 방향을 옹호하는 것은 불균형적인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다른 성향의 글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10년 2월 8일 게재 칼럼.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 불편함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넘어 필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순간 그것은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항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 어렵다는 것이 필자를 무작정 비난하는 것을 결코 정당화시켜주지는 않으니까.
공감가는 글이네요. 어려우면 어렵다고 난리, 글 길면 길다고 패스~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ㅎ
답글삭제트랙백이 튕겨서 손트랙백 날립니다:
답글삭제http://wagnerian.textcube.com/588
@김원철 - 2010/02/09 10:19
답글삭제감사히 받겠습니다.
@뗏목지기™ - 2010/02/09 09:26
답글삭제그런 식으로 볼거면 비난할 자격도 없죠.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10/02/09 14:29
답글삭제…단어 선택에서 몇 번 씩 실수를 저지르네요. 수정하겠습니다.
확실히 인터넷이 발전될수록 사람들의 난독증이 심해져가는 것 같습니다. 글읽기에 대한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고요 (저도 예전에 비해 책을 읽을때 집중력이 엄청 떨어진거 보고 요즘에 다시 분량정해서 책읽기 연습중입니다. ㅠㅠ)
답글삭제@Ray - 2010/02/09 20:45
답글삭제온라인식 읽기 문화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스크롤이 빨리 넘기기는 편해도, 정독을 하는 데는 별로 좋지 않죠.